턱골절, 아치바 수술 후기 #1주 차
멘붕의 연속이었던 하악골 골절 - 아치바 후기
1. 사고 경위
: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다니... 새해 첫 달부터 사고가 났다. 어지러움에 쓰러지면서 턱을 다쳤다. 당시에는 턱보다도 이빨 괜찮나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서 턱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는데, 턱밑도 약 5cm가량 찢어져있어서 바로 응급실로 향했다. 1차로 간 병원에서 성형외과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해서 다시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이날 정말 엑스레이에 CT에... 몇 번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혹여나 목뼈나 머리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에 여러 검사를 했다. 다행히도 다른 부위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턱골절이 치아 쪽까지 나 있어서 걱정이 매우 매우 컸다.
턱에 찢어진 부위 봉합을 하고 결과를 기다렸다.(이것도 한 3시간 기다렸다가 함. 응급실인데...?)
바로 입원할 것을 권해서 입원절차 밟고 입원함. 바로 내일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1차 멘붕이 왔다. 자세한 사항은 왜래에서 담당의 면담 시에 알려주겠다고 함.ㅎㄷㄷ
저녁 늦게 외래에서 담당의 면담이 있었다. 다행히도 골절이 심하지 않아서 (완전 골절이 아님) 아치바 수술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함. 살짝 안심했지만. 아치바 수술...? 수술? 나 태어나서 수술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수술이라니... 심지어 아프다고 함. 의느님이 아프다 하면 얼마나 아픈 걸까... 전신마취 아니고 극소마취로 진행한다고 함.
여기서 2차 멘붕옴.
심란한 와중에 사진은 남겼다. 심란하다... 심란해...
첫날부터 식사는 미음과 국물로만 나왔고. 심란한 마음에 밥이 넘어갈 리가 없다. 대충 먹고 잠을 청했으나 잠도 잘 안 옴.
2. 수술 당일
: 오후 3시쯤 수술실을 향했다. 아치바 수술... 아무리 떠올려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수술이다. 극소마취로 진행되다 보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치과에서 신경치료받던 기억들이 몰려온다. PTSD 온다. 수술시간 2시간 걸린다는데 진짜 도망가고 싶었다. 두 시간이요? 그것도 맨 정신으로요? (극소마취라서 더 무서워)
진짜 수술대에 누워있는데 왜 이리 춥고 몸이 떨리던지... 정확히는 추운 것보다 내 멘털이 떨렸던 것 같다.
다행히도(?) 이것저것 덮어주시니 추위는 괜찮아졌는데... 아... 아치바 수술은 구글에 검색해 보면 나온다. 차마 올리지 못하겠음.
어찌 되었건 시간은 흐른다. 정말 고통스러웠으며 극소마취를 했지만 어느 쪽은 잇몸 부분의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수술과정이 그대로 상상되다 보니 더욱 힘들었다. 그래도 잘 참았다. 기특해!
의사 선생님도 잘 견뎌주어서 덕분에 수술이 빨리 끝났다고 하심.. 그 와중에 칭찬 들음.
아무튼 급한불은 껐으니 이날은 평온히 잠에 들었다. 와중에 아이패드로 밀리의 서재도 봄. 몇 장 안 읽었지만..!
3. 수술 다음날 2일 차
앞으로 가글은 이것만 써야 한다. 아니 이빨을 서로 묶어버렸는데 가글은 어찌 하리오?
암튼 하다 보면 나름의 요령이 생긴다. 멸균증류수는 정말 요오드 그 자체이다. 요오드로 가글 하는 느낌. 으악.
이빨에 착색이 될 수도 있으니 심염수로 2차 헹굼을 해줘야 한다.
가글은 수시로 해주는 게 좋다 하여 2시간 간격으로 해줌. 요오드 맛 정말 별로다. 으악.
그래도 수술하고 나니까 한결 마음이 편해져서 병원 내 투어도 다님. 지하 1층에 작게나마 식당가와 카페, 컵케이크 판매점이 있어서 구경도 하고. 병원 편의점에서 쇼핑도 함.ㅋㅋㅋ
입술이 너무 터서 니베아 립밤도 삼. 입이 잘 안 다물어져서 그런지 입술이 진짜 많이 튼다. 나중에는 수건 하나 물로 적셔서 가습기 대용으로 옆에 걸어두고 생활함.
아늑했던 내 병실.
나는 4일간 입원했으며, 5일 차에 퇴원을 했다. 살짝 아쉬운 이 마음은 대체 뭐지?
나름 평온하고 평화로왔던 나의 작은 공간.. 이제 안녕!!
식사는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미음과 국물로만 나온다. 앞으로 한 달간 이것만 먹어야 함. 하나 링거를 계속 맞아서인가 배고픔은 잘 모르겠고... 퇴원하고 집에 가면 분명 배가 많이 고플 거라고 함.
4. 퇴원 그 후
: 조심히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고 해서, 강아지랑 산책도 하고 미용실 가서 머리고 감고...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활동을 했다. 하지만 말을 못 하고 먹질 못하니 이게 산 송장 같은 느낌이랄까? 강아지 산책시키는데 견주분들이 "강아지 이름 뭐예요?" 물어봐도 대답을 할 수 없다고...
5. 그동안 먹은 것들
- 본죽에서 기본 미음과 야채죽을 사서 믹서기에 물과 함께 넣고 완전히 갈아서 마심.
- 뉴케어, 두유, 우유, 선식 등등
- 아기 분유 (엄마가 사주심) 선식이나 두유 먹을 때 조금씩 타서 마심
- 다시 국물, 미역국 국물, 동치미 국물, 뼛국 등등
- 냉동 딸기, 바나나 우유와 함께 갈아서 마심 (점도 강해서 물 많이 타야 함. 이거 무슨 맛이오?)
: 이런 식으로 열심히 먹어주고 있다. 먹고 2시간 지나면 금방 배고프다. 배고플 때마다 조금씩 마셔준다.
처음에는 다물어진 이빨사이로 먹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 잘 먹음.
6. 7일 차 왜래 진료
: 실밥을 제거했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고, 다행히도 잘 아물고 있으니 연고 열심히 발라주라고 함.
이제는 일반 가글 해도 되고 엎드려서 머리 감아도 된다.
아치바는 3주 후에 먹을 수 있게 벌려 주겠다고 하심. (아니... 제거가 아니고요? 벌. 려. 만. 주겠다니요.)
1~2주 만에 제거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오래 걸리네... 앞으로 3주간 미음과 각종 국물을 마셔야 한다. 아 조금씩 질려온다. 음식이 너무 먹고 싶다. 씹고 싶다. 떡볶이, 피자, 햄버거, 볶음밥, 김치찌개, 김치, 빵, 케이크, 다 먹고 싶어.
오죽하면 시장에서 먹부림 투어하는 꿈도 꿨잖아?ㅋㅋㅋㅋ
나의 턱골절, 아치바 수술 1주 차 후기는 여기까지... 아치바를 제거하는 그날까지 파이팅히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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